요즘 회사로 보이스 피싱 전화가 많이 온다. 갑자기 그 사람들이 어떻게 사기를 치는지 알고 싶어졌기에 그 사람들의
작전에 나를 던져 보기로 작정했다. 그 과정에 얼마나 많은 난관이 있을 것인가? 설렌다...
(SCENE #1)시작되는 보이스 피싱
-ARS멘트를 통해서 들려오는 어눌한 음성. "금일 귀하가 소지한 국민카드로 롯데백화점에서 198만원의 결제가..."
-반복청취는 1번, 상담원 연결은 9번
-9번을 누르자 더 어눌한 음성의 상담원과의 통화가 시작되었다.
"국민은행입니다. 무슨일이시죠?"
"ARS상으로 결제한 적 없는 내용이 결제되었다고 하던데 무슨 일이죠?"
"어쩌구 저쩌구, 금융감독원에서 연락이 갈 겁니다."
(SCENE #2)금융감독원(가짜!)에서 전화가 오다.
본인스스로 범죄조사과 이정빈 조사원이라고 하며, 아주 강압적인 목소리로 나를 압박했다.
정말 금감원 직원인줄 알았다. ㅋㅋ BUT, 역시 좀 더 한글을 연마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기를 칠려면 좀 pro답게
쳐야지. 이게 뭐야. 그리고 말이 앞뒤가 안맞아.ㅠ.ㅠ
"이상수씨죠?" 어쩌구 저쩌구 "카드 위조사건으로 밝혀졌습니다."
"네? 무슨 소리세요? 제가 지금 카드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오늘 롯데백화점에 간적이 없습니다."
"은행 직원들이 그렇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도 아마 그런것 같습니다. 검은줄이 복제된것 같아요."
"검은줄요? 혹시 마그네틱 바..."
"네... 그래요 마그네틱...혹시 이상하게 인출된 금액이 없습니까?"
"네, 없습니다. 확인해 봤어요."
"혹시 신분증 같은것 잃어버리신적 없으세요?"
"네 없습니다."
"은행에서 거래후 명세표는 어떻게 하세요?"
"음... 뭐 그냥 버리기도 합니다."
"담부터는 꼭 찢어 버리거나 분쇄기 이용하세요."
"네...ㅠ.ㅠ"
"어떤 은행들과 거래하십니까?"
"국민은행요."
"국민은행밖에 없어요?"
"네."
"일단 이런 경우는 카드나 통장에 안전코드를 삽입해야 합니다. 은행에 가서 해야 하는데, 은행직원들이
도용했을 수도 있으니 창구에서 하시면 안됩니다. 가장 가까운 국민은행의 ATM기를 사용하세요."
"아... 네..."
"가까운 국민은행이 어디있습니까?"
"바로 건물 1층에 있습니다."
"그럼 가서 계세요. 문정태과장님이 전화주셔서 안전코드 삽입방법에 대해서 알려주실겁니다.
그리고 24시간 이내에 인터넷뱅킹, 폰뱅킹, 창구거래를 하지마세요. 그럼 5분뒤 연락 드리겠습니다."
(SCENE #3)금감원 문정태과장(물론 가짜!) 안전코드를 삽입을 유도하다. ^^
문 과장은 더 고압적이었다. 아 얘들도 한국의 금감원의 실태를 많이 아나 보다. ㅠ.ㅠ 이런건 알리지 말자.
제발...ugly korean...이 사람의 역할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 소매치기에서 보면 앞의 두사람은 바람잡이고
문과장이 기계가 아닐까? ^^
"이상수씨죠? 금융감독원 문정태과장입니다."
'네... X나게 거만하시군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네,..."
"거래은행이 국민은행 뿐입니까?"
"네..."
'앗 이녀석들이 낌새를 친거 아냐? 보통 사람들은 몇개의 은행들과 거래를 하는데...그래도 지금 말을 바꾸면 안된다!'
"언제가 마지막 거래입니까?"
'휴, 넘어갔구나...'
"어제 출금했었어요."
"통장잔고가 얼마에요?"
"한 1200만원 있을거에요." 사실 120만원도 없다. 하지만 미끼를 던져야 할 것 아닌가?ㅠ.ㅠ
"정확히 얼마인가?"
'우씨, 짜증나게... 10원 단위로다 뽑아 가려고? 독한놈들... 그런거 아니면 그냥 넘어가지...'
"1200만원 하고도 27원입니다."
"연결 카드 있습니까?"
"네 현금카드 있습니다."
"이상한 인출액 없습니까?"
"네, 확인해 봤는데 없습니다."
'야! 당연히 없지 니들에게 지금 내가 속으면 생기겠지만, 시나리오속에 있는건 알겠는데 왜 몇번을 물어봐...
있으면 진짜 보상해 줄꺼야?^^'
"자... 카드 넣으세요."
'와우! 이제 기계의 실력을 볼 수 있겠구나... 아! 긴장되~'
"네 넣었습니다."
"뭐라고 나옵니까?"
'아쓰.... 내가 어떻게 아냐... 보지를 못하고 있는데...컥.. 자 기억력을 살려보자...'
"음... 출금, 잔액조회, 이체 등등이 있네요."
"아래에 보면 중국어, 영어, 일본어 라고 표시된 것 보이죠?"
"네?"
'헉! 여기서 막히면 안된다. 자연스럽게 연기를...'
"네!"
"영어를 누르세요"
"네 눌렀습니다."
"뭐라고 나옵니까?"
'ㅠ.ㅠ 니가 좀 알려주면 안되겠니?'
"account...뭐라고 나오는데 제가 영어를 잘 못해서요..."
"아래 보면 transfer라고 있습니까?"
"넵"
"그거 누르세요."
"눌렀습니다."
"뭐라고 나옵니까?"
'ㅠ.ㅠ X 100'
"제가 영어가 좀...ㅠ.ㅠ"
"more누르세요. 그리고 next누르세요"
"카드 나왔어요?"
'헉, 얘가 날 테스트하는구나...우리은행은 카드 안나오는데... 애라이 2분의 1확률인데...'
"안나왔어요."
"네? 나와야죠. 국민은행 ATM기는 카드가 나와요... 다른 ATM기에서 다시 하세요." 무척 화가 난 듯...
'야, 사기 칠려면 좀 성질은 죽이시지... 돈 먹기가 그렇게 쉽냐?'
"아... 네..."
(다시 진행해서 more->next까지 통과)
"bankcode 45누르세요."
"네. 눌렀습니다."
"365누르세요."
"네?"
"번호 누르라구요."
"아... 네..."
"809 0146"
"아... 이게 안전코드인가요?"
'야, 역시 적절한 나의 멘트...ㅋㅋ'
"아. 네 맞아요. 안전코드!"
'문 과장! 기분 좋지? ^^'
"317"
"네 다 눌렀습니다."
"cancel을 누르세요"
'헉, cancel? 얘, 여기까지 미끼를 물었으면 덥석 잡아 버리지 왜 cancel? 왜그럴까?
이제는 이체금액을 입력해서 빨리 뽑아야 하는거 아냐?'
"네? 뭐라구요? 제가 영어가 짧아서 스펠좀 알려주세요."
"c a n c e l...."
"아... 네..."
"눌렀습니다."
"명세표 나왔죠? 뭐라고 적혀 있어요?"
"네?"
'아... 여기서는 더 이상 뻥을 칠수가 없다. 얘들 정말 확인에 확인을 하는구나... 그래 이까지면 되었어...'
더 이상 진행을 하기 힘들어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런데 전화가 다시 왔습니다.
"왜 전화를 끊어요?"
"아... 네..."
"..."
'아, 어떻게 마무리 지어야 하나?'
"아, 네, 제가 잘 못하고 당황하고 있으니까 은행직원이 도와 준다고 해서 끊었습니다."
"아이씨... 은행 직원하고 얘기하지 말라고 했잖아요!"
"아... 네... ㅠ.ㅠ 그런데 은행직원이 보시더니 왜 그렇게 하냐고 하시던데요?"
"아니 참 은행직원하고 얘기하지 마세요."
"아니 정복입고 계시고 은행직원 맞아요. 지금 옆에 있는데 바꿔드려요?"
"... 은행직원에게 해달라고 하세요. 뚜...뚜...뚜..."
나름 많은 노력을 했지만 좀 어설픈데가 있었다. 그리고 영어로 바꾸라고 하는 부분에서는 '아... 얘들 머리 좋구나'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암튼 오늘 이 경험으로 이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어떻게 그런방법에 속을 수가 있지?'
'도대체 어떻게 하는데 자기손으로 이체를 해?'라는 해묵은 질문에 조금의 답은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 봄이다 나른해 지는 계절이라 보이스 피싱은 더욱 더 기승을 부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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